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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 리뷰 (1970년대 바다가 품은 것들, 춘자와 진숙이 갈라지는 방식, 류승완이 만드는 활극의 문법) 류승완 감독의 밀수(2023)는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포함해 남우조연상, 신인여우상, 음악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김혜수가 춘자를, 염정아가 진숙을, 조인성이 권상사를, 박정민이 장도리를 연기하며, 514만 관객을 동원했다. 1970년대 가상의 해안 도시 군천을 배경으로 해녀들이 거대한 밀수판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담는 해양범죄활극이다. 김혜수와 염정아라는 두 배우가 스크린에서 처음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지만, 이 영화가 오래 남는 이유는 그 만남이 실제로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배신과 연대, 탐욕과 생존이 류승완 특유의 유머와 속도감으로 엮인다.1970년대 바다가 품은 것들밀수에서 배경이 이야기의 절반을 담당한다. 1970년대 군천이라는 가상의 해안 도시는 단순한 시공간적.. 2026. 6. 11.
황야 리뷰 (멸망한 세계의 설계 방식, 남산이라는 존재의 무게, 넷플릭스가 선택한 마동석) 허명행 감독의 황야(2024)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어 한국 영화 최초로 3주 연속 비영어권 1위를 기록한 작품이다. 마동석이 사냥꾼 남산을, 이희준이 악당 양기수를, 노정의가 수나를 연기하며, 범죄도시 시리즈의 무술감독 허명행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설정 위에서, 대지진 이후 폐허가 된 서울을 배경으로 납치된 소녀를 구하기 위한 사냥꾼의 사투를 담는다. 극장이 아닌 스트리밍으로 공개된 이 영화는 마동석이라는 배우와 액션 장르가 플랫폼의 경계를 넘어 어디서든 작동한다는 것을 증명했다.멸망한 세계의 설계 방식황야에서 세계관이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대지진 이후 국가 기능이 붕괴하고, 법과 질서가 사라지며, 오직 힘만이 지.. 2026. 6. 10.
범죄도시 3 리뷰 (마석도라는 공식이 작동하는 방식, 주성철과 리키가 만드는 위협의 층위, 천만을 만드는 것들) 이상용 감독의 범죄도시 3(2023)은 개봉 32일 만에 1,068만 관객을 돌파하며 시리즈 최초 쌍천만을 기록한 작품이다. 마동석이 마석도를, 이준혁이 주성철을, 아오키 무네타카가 리키를 연기하며, 배경은 2015년 인천광역시다. 신종 마약 사건을 수사하던 마석도가 일본 야쿠자 조직과 국내 마약 유통 조직이 연루된 거대한 범죄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전문가 평점과 관객 평점이 크게 엇갈리는 이 영화는, 영화적 완성도에 대한 논쟁과 무관하게 한국 상업 영화가 대중과 맺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다.마석도라는 공식이 작동하는 방식범죄도시 3에서 마석도(마동석 분)는 이 시리즈가 만들어온 공식의 완성된 형태로 등장한다. 그는 악당을 때려잡는다. 그 때려잡음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 2026. 6. 10.
서울의 봄 리뷰 (9시간이 역사가 되는 방식, 전두광이라는 존재의 본질, 이태신이 지키려 한 것들)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2023)은 1,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역대 31번째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린 작품이다. 황정민이 전두광을, 정우성이 이태신을, 이성민이 참모총장 정상호를 연기하며, 백상예술대상 작품상과 대상, 황정민의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1979년 12월 12일 저녁 7시부터 이튿날 새벽 4시까지의 9시간을 141분에 담은 이 영화는 결말이 이미 알려진 역사를 다루면서도, 너무 잘 만들어서 분노를 유발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지 못한 봄에 대한 이야기라는 김성수 감독의 말이 이 영화의 가장 정직한 설명이다.9시간이 역사가 되는 방식서울의 봄의 가장 중요한 형식적 선택은 이 영화가 9시간을 실시간에 가깝게 담는다는 것이다. 1979년 12월 12일 저녁부터 이튿날 새벽까지의 시.. 2026. 6. 10.
나폴레옹 리뷰 (황제가 되는 것과 황제로 사는 것, 조세핀이라는 균열, 전쟁이 만드는 신화와 그 이면) 리들리 스콧 감독의 나폴레옹(2023)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술상, 의상상, 시각효과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호아킨 피닉스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를, 바네사 커비가 조세핀을 연기하며, 다리우스 월스키가 촬영을 맡았다. 프랑스 혁명의 혼돈 속에서 영웅으로 부상해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 나폴레옹의 일대기를 담는 이 영화는 전통적인 전기 영화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리들리 스콧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연출로 완성된다. 전쟁의 스펙터클보다 한 인간의 취약함에 더 집중하는 이 영화는, 역사가 영웅으로 기억하는 인물의 사적이고 불완전한 내면을 가장 정직하게 담으려 한다.황제가 되는 것과 황제로 사는 것나폴레옹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는 나폴레옹(호아킨 피닉스 분)이 교황 앞에서 스스로 왕관을 자신의 머리에 얹.. 2026. 6. 9.
조조 래빗 리뷰 (열 살이 전쟁을 이해하는 방식, 상상 속 히틀러가 하는 일, 증오를 배우지 않은 아이)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조조 래빗(2019)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 토마신 맥켄지, 스칼렛 요한슨, 그리고 타이카 와이티티가 직접 히틀러 역을 맡아 출연한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독일을 배경으로, 히틀러를 상상 속 친구로 두고 있는 열 살 나치 소년 조조가 어머니가 숨겨둔 유대인 소녀 엘사를 발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풍자와 따뜻함이 공존하는 이 영화는 아이의 눈으로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작동하고 해체되는가를 담는다. 증오는 가르쳐지는 것이고, 그렇기에 배우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열 살이 전쟁을 이해하는 방식조조 래빗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열 살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 분)는 훌륭한 나치가 되고 싶다. 그것이 그에게 주어진.. 2026.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