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98 미드소마 리뷰 (햇빛 속의 공포, 공동체라는 이름의 흡수, 애도가 변형되는 방식) 아리 애스터 감독의 미드소마(2019)는 공포 영화의 문법을 완전히 전복하는 작품이다. 대부분의 공포 영화가 어둠과 밀폐된 공간을 활용하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한여름 스웨덴의 한낮 햇빛 속에서 공포를 만들어낸다. 스웨덴 북부의 한 마을에서 열리는 하지 축제에 참여한 미국 대학원생들이 겪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장르 영화이면서 동시에 한 여성의 심리적 해체와 재건에 관한 깊이 있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아리 애스터는 이 영화에서 공포가 어둠이 아니라 빛 속에서, 낯선 곳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증명한다.햇빛 속의 공포미드소마에서 공포는 밤에 오지 않는다. 스웨덴 북부의 여름은 해가 지지 않는다. 영화의 배경인 하르가 마을에서는 축제 기간 내내 태양이 하늘에 머문다. 어둠이 없다. 숨.. 2026. 5. 15. 결혼 이야기 리뷰 (사랑했기 때문에 상처 입히는 사람들, 이혼이라는 제도와 감정의 간극, 두 도시 사이에서 자아를 찾는다는 것) 노아 바움백 감독의 결혼 이야기(2019)는 제목과 반대로 이혼에 관한 영화다. 뉴욕의 연극 연출가 찰리와 배우 니콜이 결혼 생활을 마무리하는 과정을 담은 이 작품은,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며 그해 가장 주목받은 작품 중 하나가 되었다. 애덤 드라이버와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는 이 영화를 단순한 이혼 드라마를 넘어선 경험으로 만든다. 두 사람이 서로를 파괴하면서도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감각인지를, 이 영화는 가장 정직하고 불편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사랑의 끝이 아니라, 사랑의 다른 형태를 담은 영화다.사랑했기 때문에 상처 입히는 사람들결혼 이야기는 독특한 방식으로 시작한다. 두 주인공 찰리(애덤 드라이버 분)와 니콜(스칼렛 요한슨 분)이 각자 상대방에 대해 좋아하는 것들을 목록으로 읽어 .. 2026. 5. 15. 아이리시맨 리뷰 (기억이 재구성하는 범죄, 충성의 대가, 노년이 마주하는 공허)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아이리시맨(2019)은 찰스 브랜트의 논픽션 원작을 바탕으로 한 3시간 30분짜리 대작이다.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가 출연하며,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어 스트리밍과 극장의 경계를 허물었다. 트럭 운전사 출신의 프랭크 쉬런이 마피아와 얽히고, 지미 호파의 측근이 되며, 결국 가장 친한 친구를 살해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이 영화는 갱스터 장르의 거장이 자신의 커리어 전체를 돌아보며 던지는 가장 긴 질문이다. 범죄와 충성과 배신이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소진시키는가를, 이 영화는 느리고 무겁게 추적한다.기억이 재구성하는 범죄아이리시맨은 노인이 된 프랭크 쉬런(로버트 드 니로 분)이 요양원에서 자신의 삶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이 액자 구조는 단순한 서사적 장치.. 2026. 5. 15. 1917 리뷰 (끊기지 않는 카메라의 윤리, 두 병사가 걷는 전쟁의 지형, 살아서 전해야 한다는 것) 샘 멘데스 감독의 1917(2019)은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 영화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시각효과상, 음향믹싱상을 수상했으며,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다. 이 영화의 가장 두드러진 형식적 특징은 전체가 단 하나의 연속 촬영처럼 보이도록 편집되었다는 것이다. 컷 없이 이어지는 화면이 두 병사의 여정을 실시간으로 따라가며, 관객은 카메라와 함께 전쟁의 공간 속을 직접 걷는 경험을 하게 된다. 형식이 내용이 되는 영화, 그리고 그 형식이 왜 이 이야기에 유일하게 옳은 선택인지를 이 영화는 매 장면으로 증명한다.끊기지 않는 카메라의 윤리1917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은 이 영화의 형식이다. 영화는 전체를 단 하나의 테이크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실제로는 여러 번의 촬영과.. 2026. 5. 14. 조커 리뷰 (웃음이 무너지는 자리, 도시가 만든 괴물, 광기와 혁명 사이의 경계)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2019)는 DC 코믹스의 악당 캐릭터를 원작으로 하지만, 슈퍼히어로 영화의 문법을 완전히 벗어난 작품이다.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으며, 호아킨 피닉스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고담시의 밑바닥 광대 아서 플렉이 어떻게 조커가 되는가를 추적하는 이 영화는, 한 인간이 사회로부터 철저히 버려지는 과정을 통해 시스템의 폭력성을 고발한다. 찬사와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킨 이 작품은, 악당의 기원을 그리면서 우리가 그 악당에게 공감하게 되는 순간 스스로를 불편하게 만드는 영화다.웃음이 무너지는 자리조커의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 분)은 웃음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다. 그는 광대로 일하며, 사람들을 웃기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의 웃음은.. 2026. 5. 14. 기생충 리뷰 (계단이 말하는 것, 냄새라는 계급의 언어, 계획 없는 계획의 결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은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영화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작품이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까지 거머쥔 이 영화는 반지하에 사는 기택 가족과 고급 저택에 사는 박 사장 가족의 만남을 통해 계급의 구조를 해부한다.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코미디에서 스릴러로, 다시 비극으로 이동하는 이 영화는 관객이 웃는 순간 이미 불편함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가장 오락적인 방식으로 가장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봉준호의 역량이 이 작품에서 최고조에 달한다.계단이 말하는 것기생충은 계단의 영화다. 기택(송강호 분)의 가족이 사는 반지하 집은 지면보다 낮은 곳에 있다. 창문으로 보이는 것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목과, 술 취한 이가 계단 아래 .. 2026. 5. 14. 이전 1 ··· 5 6 7 8 9 10 11 ···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