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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 리뷰 (끊기지 않는 카메라의 윤리, 두 병사가 걷는 전쟁의 지형, 살아서 전해야 한다는 것)

by tae11 2026. 5. 14.

샘 멘데스 감독의 1917(2019)은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 영화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시각효과상, 음향믹싱상을 수상했으며,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다. 이 영화의 가장 두드러진 형식적 특징은 전체가 단 하나의 연속 촬영처럼 보이도록 편집되었다는 것이다. 컷 없이 이어지는 화면이 두 병사의 여정을 실시간으로 따라가며, 관객은 카메라와 함께 전쟁의 공간 속을 직접 걷는 경험을 하게 된다. 형식이 내용이 되는 영화, 그리고 그 형식이 왜 이 이야기에 유일하게 옳은 선택인지를 이 영화는 매 장면으로 증명한다.

1917 포스터

끊기지 않는 카메라의 윤리

1917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은 이 영화의 형식이다. 영화는 전체를 단 하나의 테이크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실제로는 여러 번의 촬영과 정교한 편집이 결합된 것이지만, 화면에서 컷은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는 두 병사를 떠나지 않고, 그들이 걷는 곳을 함께 걷고, 그들이 달리는 곳을 함께 달리며, 그들이 땅에 쓰러지는 곳에서 함께 멈춘다. 이 선택은 단순한 기술적 묘기가 아니다. 그것은 이 영화가 전쟁을 어떻게 보여주고자 하는가에 대한 윤리적 선언이다. 전쟁 영화는 오랫동안 편집을 통해 전쟁의 경험을 재구성해왔다. 빠른 컷, 극적인 음악, 슬로우 모션으로 처리된 영웅적 순간들. 이 관습적인 문법은 전쟁을 볼 만한 것으로 만들고, 때로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전쟁의 실제 경험, 즉 두려움과 피로와 혼란과 죽음이 가진 날것의 질감은 지워진다. 1917은 이 지움을 거부한다. 카메라는 컷하지 않는다. 우리는 빠져나올 수 없다. 이 형식이 관객에게 만들어내는 경험은 독특하다. 우리는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두 병사 스코필드(조지 맥케이 분)와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 분)가 참호를 빠져나가 독일군 진지를 건너고, 폐허가 된 마을을 통과할 때, 우리는 그들 뒤를 따라가는 세 번째 존재가 된다. 그 존재는 개입할 수 없고, 막을 수 없으며, 오직 따라가고 목격할 수밖에 없다. 이 무력함이 전쟁의 목격자로서 관객이 경험하는 감각이다. 로저 디킨스의 촬영은 이 형식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적 토대이면서, 동시에 그 자체로 독립적인 예술이다. 그는 자연광을 활용하고, 공간의 깊이를 조절하며, 카메라의 이동 방향을 통해 감정의 리듬을 만든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불타는 마을을 달리는 스코필드의 장면은, 붉은 불빛과 연기 속에서 만들어지는 화면이 실제 지옥의 이미지처럼 다가온다. 이것은 연출된 아름다움이지만, 동시에 전쟁의 공포를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끊기지 않는 카메라의 또 다른 효과는 시간의 경험이다. 두 병사의 여정은 하루 안에 이루어지며, 관객은 그 시간을 함께 통과한다. 편집이 없다는 것은 시간이 압축되거나 생략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리는 시간은 달리는 만큼, 기다리는 시간은 기다리는 만큼 흐른다. 이 실시간의 감각이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을 유지시킨다. 우리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 채, 카메라와 함께 그 시간 속에 있다.

두 병사가 걷는 전쟁의 지형

1917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두 병사가 작전 지시를 전달하기 위해 적진을 가로질러 수 킬로미터를 걸어야 한다. 그 임무가 성공하지 못하면 1600명의 영국 병사들이 독일군의 함정에 빠져 전멸한다. 이 명확한 목표와 시간 제한이 이 영화의 서사적 긴장을 만든다. 복잡한 정치적 맥락이나 이념적 갈등보다, 두 병사가 걸어야 하는 물리적 거리와 그 거리 위에 놓인 위험들이 이 영화의 전부다. 두 병사의 성격은 대비를 이룬다. 블레이크는 임무에 개인적인 이유가 있다. 공격 명령을 받은 부대에 그의 형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임무에 열정적이고, 형을 살려야 한다는 강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 반면 스코필드는 처음에 이 임무를 내켜하지 않는다. 그는 최근 훈장을 포도주 한 병에 팔았을 만큼, 전쟁의 영웅주의에 환멸을 느끼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 대비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중요한 방식으로 변형된다. 두 병사가 걷는 전쟁의 지형은 제1차 세계대전의 서부 전선을 재현한다. 진흙으로 가득한 참호, 철조망이 얽힌 무인지대,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들, 그리고 쥐와 시체가 공존하는 공간. 이 지형은 전쟁의 낭만적 이미지를 완전히 해체한다. 아름다운 영웅주의가 아닌, 진흙과 피와 두려움으로 이루어진 전쟁의 실체가 두 병사의 발걸음을 통해 드러난다. 영화는 전쟁의 공간을 세 가지 층위로 나눈다. 아군 진지, 무인지대, 그리고 적군 진지. 두 병사는 이 세 공간을 통과하면서 각각 다른 종류의 위협과 마주한다. 아군 진지에서는 관료적 무관심과 마주하고, 무인지대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물리적 위험과 싸우며, 적군 진지에서는 적과의 직접적인 조우를 경험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공간을 통과한 뒤에도 여전히 걸어야 하는 거리가 남아있다. 영화의 중간 지점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이 모든 여정의 의미를 완전히 바꾸어놓는다. 그 사건 이후 스코필드는 혼자가 되고, 임무는 더 이상 두 사람의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것이 된다. 이 전환이 이 영화의 감정적 중심을 변화시킨다.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이유가 추상적인 명령에서, 구체적인 약속과 기억으로 바뀐다. 스코필드가 계속 걷는 이유는 더 이상 군인으로서의 의무만이 아니다. 그것은 더 인간적인 무언가다.

살아서 전해야 한다는 것

1917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전달의 문제다. 정보를 전달하는 것,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그리고 살아있는 것을 살아있게 하는 것. 스코필드의 임무는 단순히 종이 한 장을 전달하는 것이지만, 그 종이에 담긴 내용이 1600명의 생사를 결정한다. 이 무게가 그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면서, 동시에 멈추지 않게 만드는 힘이 된다. 전달이라는 주제는 이 영화에서 여러 형태로 반복된다. 스코필드가 강에서 죽어가는 순간 프랑스 여성이 그를 살려내고, 그녀의 품에 안긴 아기에게 우유를 남기고 떠나는 장면은 이 주제의 가장 조용한 변주다. 그 여성과 아기를 살리는 것과, 1600명을 살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은 행위다. 삶을 다음 순간으로 전달하는 것. 이 연속성이 이 영화에서 전쟁의 폭력에 대항하는 유일한 가치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스코필드가 강을 건너 적진을 돌파하고, 영국군 집결지를 찾아 달리는 장면들은 이 영화에서 가장 숨막히는 순간들이다. 그는 지쳐있고, 부상을 입었으며, 혼자다. 그러나 그는 달린다. 이 달림이 영웅적인 이유는 그것이 특별한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의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쓰러지면 일어나고, 막히면 돌아가며, 시간이 없어도 계속 움직인다. 이 인간적인 끈질김이 이 영화의 가장 감동적인 층위다. 스코필드가 맥켄지 대령(마크 스트롱 분)에게 명령서를 전달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복잡한 순간이다. 대령은 처음에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그는 이미 공격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있고, 뒤로 물러나는 것을 치욕으로 느낀다. 이 저항이 스코필드의 여정 전체가 얼마나 허망하게 끝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 여정이 가진 의미가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살아서 전달했다는 것, 그것 자체가 이미 무언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스코필드는 사과나무 아래 앉는다. 그는 임무를 완수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승리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있다는 사실을 겨우 확인하는 사람의 얼굴이다. 그는 가족사진을 꺼내 바라본다. 이 장면이 이 영화의 마지막 이미지인 이유는, 전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무는 완수되었지만, 전쟁은 계속된다. 스코필드는 내일 또 다시 그 전쟁 속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살아서 전해야 한다는 것은, 한 번의 행위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살아있는 한 계속되는 의무이며, 동시에 삶의 이유다.

 

1917은 전쟁의 공포를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는 영화다. 끊기지 않는 카메라, 두 병사의 발걸음, 그리고 살아서 전해야 한다는 단순하고 거대한 명제가 하나로 모여 만들어내는 이 경험은, 전쟁 영화가 할 수 있는 것의 경계를 다시 그린다. 샘 멘데스와 로저 디킨스는 형식과 내용이 완전히 일치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일치가 만들어내는 울림은, 영화가 끝나고 카메라가 마침내 멈춘 뒤에도 오래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