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M. 추 감독의 2024년 작품 위키드는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성공한 뮤지컬 중 하나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오즈의 마법사의 프리퀄로, 훗날 서쪽 마녀가 되는 엘파바(신시아 에리보)와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가 어떻게 만나고 친구가 되었는지를 그린다. 두 마녀의 우정과 갈등, 그리고 각자가 선택한 길이 어떻게 엇갈리는지를 중심으로, 이 영화는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분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묻는다. 2026년 현재 이 작품은 파트1의 완성도와 함께 파트2에 대한 기대감을 동시에 안고 있는 뮤지컬 영화의 새로운 기준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라는 두 배우의 조합이 이 영화를 단순한 뮤지컬 이상의 문화적 사건으로 만들었다.

오즈의 진실 — 엘파바와 글린다, 우정의 시작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 이전 이야기를 다룬다. 초록색 피부를 가지고 태어난 엘파바는 어린 시절부터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며 자랐다. 그녀는 자신의 외모 때문에 아버지에게 외면받고,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그녀는 강력한 마법의 재능을 타고났고, 그 재능을 인정받아 시즈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완벽하고 인기 있는 글린다와 룸메이트가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처음에는 서로를 혐오하던 두 사람이 점점 가까워지는 과정이 이 영화의 전반부를 이끈다. 글린다는 엘파바를 단순히 이상한 친구로 대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한다. 엘파바 역시 글린다의 표면적인 화려함 아래에 있는 진심을 보게 된다. 이 우정의 성장 과정이 이 뮤지컬 영화의 가장 강력한 감정적 엔진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마주치는 장면부터 시작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이 영화에서 가장 섬세하게 그려진 부분이다.
시즈 대학 자체도 이 영화에서 중요한 공간이다. 그 안에서 작동하는 서열과 인기의 논리, 그리고 그 논리에 편승하는 자와 저항하는 자의 대비가 영화의 사회적 주제를 만든다. 엘파바와 글린다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쌓일수록,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가 점점 명확해진다. 그 명확함이 이 영화의 감정을 이끈다. 시즈 대학의 마법사 숭배 문화와 동물들에 대한 차별이 영화의 배경을 이룬다. 엘파바는 자신의 교수인 딜라몬드 박사(동물)가 말하는 능력을 잃어가는 것을 목격하며, 이 세계의 불의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딜라몬드의 비극은 이 세계에서 다름이 어떻게 억압되는지를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이며, 엘파바가 왜 저항을 선택하는지의 근거가 된다. 그녀는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 이 상황을 바로잡으려 하지만, 마법사의 실체와 오즈 세계의 진실을 마주하면서 결정적인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 세계의 권력 구조가 얼마나 부패해 있는지를 엘파바가 깨닫는 과정이, 이 영화의 서사를 단순한 우정 이야기에서 정치적 우화로 확장시킨다.
오즈의 마법사가 실제로는 어떤 존재인지를 알게 되는 순간은 이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필연적인 순간이다. 그 충격이 엘파바를 변화시키고, 영화를 다음 단계로 이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엘파바가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순간이다. 권력에 편승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신념을 지킬 것인가. 이 선택이 그녀를 세상이 말하는 나쁜 마녀로 만들지만, 영화는 그 선택이 실제로는 가장 용감한 결정이었음을 보여준다. 파트1은 이 결정적인 순간에서 끝나며, 파트2에 대한 강렬한 기대감을 남긴다. 이 결말은 열린 것이지만 동시에 완결되어 있다. 엘파바가 어떤 사람인지를 우리는 이미 알게 되었고, 그것으로 파트1은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엘파바가 빗자루를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그 순간, 관객은 세상이 말하는 나쁜 마녀의 탄생을 목격한다. 그러나 동시에, 가장 용감한 인간의 탄생도 목격한다.
두 마녀의 탄생 — 에리보, 그란데, 그리고 앙상블
신시아 에리보가 연기하는 엘파바는 이 영화의 심장이다. 그녀는 차별받고 배제된 존재이지만, 동시에 가장 강력하고 가장 정직한 인물이다. 에리보는 엘파바의 분노와 슬픔,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깊은 인간성을 노래와 연기를 통해 완벽하게 표현한다. 특히 Defying Gravity를 부르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순간이다. 그 노래 안에 엘파바라는 인물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자신을 억압하는 세상에 맞서 스스로 날아오르겠다는 선언이, 에리보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될 때 그것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하나의 인간 선언이 된다. 에리보는 이 역할을 위해 완전히 헌신했고, 그 헌신이 화면 위에서 느껴진다. 엘파바의 모든 감정이 진짜처럼 느껴지는 것은 전적으로 에리보의 연기 덕분이다. 에리보는 엘파바의 취약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표현하는데, 이 두 가지가 공존한다는 것이 이 캐릭터의 핵심이다. 에리보가 엘파바로서 무대를 걸어갈 때, 그 걸음 하나하나에 이 인물의 역사가 담겨 있다.
아리아나 그란데가 연기하는 글린다는 이 영화에서 가장 예상을 뛰어넘는 성취다. 팝스타로 알려진 그란데가 이 복잡한 캐릭터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지만, 그녀는 글린다의 표면적인 화려함과 그 아래에 숨겨진 불안과 욕망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란데가 Popular를 부르는 장면은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이고, 엘파바와 글린다의 관계가 단순한 우정을 넘어 서로가 서로에게 진실을 보여주는 관계임을 전달한다. 글린다는 이 영화에서 처음에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과 전혀 다른 인물로 성장한다. 그 성장이 설득력 있는 것은 그란데의 연기가 그 변화의 내면을 정직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조너선 베일리가 연기하는 피에로는 글린다와 엘파바 사이에서 각자에게 다른 의미를 갖는 인물이다. 처음에는 글린다의 남자친구로 등장하지만, 엘파바의 진정한 모습에 끌리는 복잡한 감정을 가진 캐릭터다. 베일리는 이 캐릭터를 매력적이면서도 결함이 있는 인물로 표현한다. 그의 선택들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관객이 알면서도, 그를 완전히 비난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이 캐릭터의 매력이다. 피에로가 두 마녀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파트2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것을, 파트1은 충분한 암시를 통해 예고한다. 오즈의 마법사(제프 골드블룸)와 마담 모리블(미셸 여)의 조합도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두 인물은 권력이 어떻게 선의로 포장되면서 악을 행하는지를 보여주는 캐릭터들이다. 골드블룸과 여의 연기는 이 캐릭터들에게 설득력과 위협을 동시에 부여한다. 특히 미셸 여의 마담 모리블은 이 영화에서 가장 냉혹하고 정교한 악역이다. 그녀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학생들을 이용하는 방식이 이 영화에서 가장 소름 끼치는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이 영화의 앙상블 전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정확하게 역할을 수행하며, 그 결과로 위키드는 단순한 스타 파워가 아니라 앙상블의 힘으로 완성되는 영화가 되었다.
선과 악을 다시 쓰다 — 2026년, 이 영화가 말하는 것
위키드가 2026년 현재 강하게 읽히는 이유는 이 뮤지컬이 원래부터 다루어온 주제들이 지금 이 시대에 더욱 날카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분에 대한 의문, 미디어와 권력이 어떻게 서사를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외모와 다름을 이유로 한 차별의 문제가 이 영화의 핵심 주제들이다. 엘파바는 나쁜 마녀라는 레이블이 붙기 전까지 그저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인물이었다. 그 레이블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이 영화는 보여준다. 누가 이야기를 통제하는지가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지를 결정한다는 것, 그리고 그 통제가 얼마나 자의적인지를 이 영화는 오즈라는 환상적인 세계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이 주제는 오즈라는 동화적 배경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세계에서, 지금 이 시대에도 같은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관객은 안다.
존 M. 추 감독의 연출은 뮤지컬 영화의 언어를 완벽하게 이해한다. 그는 무대 뮤지컬의 스케일을 스크린으로 확장하면서도 그 친밀함을 잃지 않는다. 각 뮤지컬 넘버가 어떻게 시각화될 것인지에 대한 그의 선택들은 대부분 옳고, 특히 Defying Gravity의 시각화는 이 영화에서 가장 야심차고 성공적인 순간이다. 추 감독은 이전에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과 인 더 하이츠를 통해 뮤지컬 영화의 감각을 증명했고, 이번에는 그 감각을 훨씬 더 큰 스케일에서 발휘한다. 각 노래가 어떻게 서사와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 연결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지가 이 영화의 가장 정교한 성취 중 하나다. 촬영 감독 앨리스 브룩스의 작업도 이 영화의 시각적 성취에 크게 기여한다. 오즈의 세계를 표현하는 색채와 질감, 그리고 각 인물의 내면 상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이 영화를 단순한 뮤지컬 영화 이상으로 만든다. 에메랄드 시티의 녹색과 엘파바의 초록색이 같은 색조를 사용하면서도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이 영화의 촬영은 조용하지만 정확하게 표현한다.
파트1이라는 구조도 이 영화의 중요한 특성이다. 2024년에 파트1이 개봉하고 파트2가 이어지는 방식은, 이 이야기의 규모와 깊이가 단일 영화로는 담을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것을 인정하는 선택이다. 파트1은 이 세계와 인물들을 충분히 소개하고, 두 마녀의 관계를 설득력 있게 구축한 뒤,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서 멈춘다. 이 구조가 관객에게 불완전함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파트2에 대한 강렬한 기대감을 만들어낸다. 2026년 현재 파트2를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파트1을 다시 보는 것은 이 이야기의 복잡한 지층을 더 깊이 탐색하는 경험이 된다.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이 어떻게 변해갈지, 그리고 각자가 선택한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를 알면서 다시 보는 이 영화는, 처음 볼 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는 한 번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시 볼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는 영화다. 위키드는 선과 악이 얼마나 쉽게 뒤집힐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 뒤집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결국 권력의 서사 통제라는 것을 정면으로 말한다. 이 메시지가 2026년에도 전혀 낡지 않은 이유는, 이 세계에서 그 논리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키드 파트1은 뮤지컬 영화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증명한 작품이다. 2026년 다시 본 이 영화는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라는 두 배우의 완벽한 조합, 그리고 존 M. 추의 야심찬 연출이 만들어낸 뮤지컬 영화의 새로운 기준점이다. 엘파바와 글린다의 이야기는 선과 악이 얼마나 쉽게 뒤바뀔 수 있는지를, 그리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동시에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말한다. 파트2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엘파바는 아직 날고 있다. 그리고 그 비행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를 우리는 곧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