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 분장상, 미술상, 음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작품이다. 랄프 파인즈, 토니 레볼로리를 비롯한 방대한 앙상블 캐스팅과, 웨스 앤더슨 특유의 정밀하게 설계된 시각 언어로 이루어진 이 영화는 허구의 유럽 공화국 주블로프카를 배경으로 전설적인 호텔 컨시어지 구스타브 H와 로비 보이 제로의 이야기를 담는다. 코미디와 스릴러, 로맨스와 역사 드라마가 중첩되는 이 영화는, 그 화려한 외피 아래에 사라져가는 문명과 품격에 대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슬픈 애도를 담는다.

웨스 앤더슨이 만드는 세계의 문법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웨스 앤더슨의 미학이 가장 완성된 형태로 구현된 작품이다. 그의 영화에는 고유한 문법이 있다. 대칭적으로 구성된 화면, 파스텔 색조의 팔레트, 정밀하게 배치된 소품들, 그리고 인물들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하는 방식. 이 규칙들이 이 영화에서 가장 일관되고 가장 풍부하게 작동한다. 그 결과 스크린 위의 모든 프레임이 하나의 그림처럼 구성된다. 이 형식적 정밀함이 만들어내는 효과는 독특하다. 앤더슨의 세계는 현실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분명히 만들어진 세계이며, 관객은 그 만들어짐을 의식한다. 그러나 이 의식이 영화로부터 거리를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그 세계 안으로 더 깊이 초대한다. 실제 호텔이 아닌 장난감 같은 호텔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더 자유롭게 상상될 수 있다. 형식이 내용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형식이 내용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음악은 이 시각적 문법을 청각적으로 완성한다. 발칸 반도의 민속 음악과 유럽 클래식의 요소들이 결합된 그의 사운드트랙은 주블로프카라는 허구의 공화국에 실제 존재하는 것 같은 음향적 역사를 부여한다. 빠른 템포로 전개되는 추격 장면에서의 음악, 조용하고 슬픈 순간에서의 피아노. 이 음악이 없었다면 이 영화의 리듬이 절반이었을 것이다. 중첩된 액자 구조도 이 영화의 문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의 독자가 소설을 읽는 장면에서 시작해, 소설가의 과거로, 그리고 제로의 더 이른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구조가 만들어내는 효과는 이야기가 이미 완성된 것, 이미 지나간 것이라는 감각이다. 우리가 보는 것은 기억이고 전설이며 신화다. 그 거리감이 이 영화에서 아름다움과 슬픔을 동시에 가능하게 만든다. 앤더슨의 세계에서 폭력도 코미디도 같은 문법으로 처리된다. 손가락이 잘리는 장면, 총격전, 교도소 탈출이 모두 같은 파스텔 색조와 같은 리듬으로 표현된다. 이 균일한 처리가 처음에는 낯설지만, 그것이 이 영화의 세계관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방법임을 영화가 진행될수록 알게 된다. 세상은 잔인하지만, 그 잔인함을 아름다운 형식 안에 담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앤더슨이 만드는 세계의 문법이 말하는 가장 깊은 것이다.
구스타브 H라는 인물의 역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중심에는 구스타브 H(랄프 파인즈 분)가 있다. 그는 전설적인 컨시어지다. 호텔의 모든 것을 알고, 모든 손님의 이름을 기억하며, 자신만의 향수를 사용하고, 고상한 언어로 말한다. 그러나 그 고상함 아래에는 노골적인 욕망과 계산된 이기심이 공존한다. 그가 나이 든 상류층 여성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해서인지 아니면 그들의 유산을 노리는 것인지는, 이 영화가 끝까지 모호하게 유지한다. 랄프 파인즈의 연기는 이 역설적 인물을 살아있게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다. 그는 구스타브를 완전히 진지하게 연기한다. 그 진지함이 코미디를 만든다. 상황이 어떻게 변해도 자신의 품격을 유지하려는 구스타브의 집착이 우습지만, 동시에 감동적이다. 교도소에서도, 추격전 중에도, 심지어 생명의 위협을 받을 때도 그는 향수를 뿌리고 시를 암송한다. 이 불합리한 일관성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웃음을 만들면서도 가장 깊은 감동을 준다. 구스타브가 제로(토니 레볼로리 분)를 대하는 방식은 이 인물의 가장 인간적인 면을 드러낸다. 그는 제로를 처음에는 도구로 대하지만, 점점 그를 진심으로 아끼게 된다. 이 변화가 극적으로 표현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영화에서 그 변화를 더 신뢰하게 만든다. 위험한 순간들을 함께 헤쳐나가면서, 그리고 제로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구스타브가 제로를 아들처럼 대하기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구스타브 H의 역설은 그가 사라져가는 세계의 마지막 수호자라는 것이다. 그가 대표하는 것, 즉 유럽의 귀족적 품격, 호텔의 고전적 서비스 정신, 개인의 교양과 예절은 전쟁과 파시즘으로 인해 붕괴되어가는 세계의 것이다. 구스타브는 그 붕괴를 막을 수 없다. 그는 단지 그것을 유지하려 할 뿐이다. 그 유지의 노력이 영화 안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허망한 것이 된다. 그가 기차 안에서 파시스트 군인들에게 끌려나가는 마지막 순간은 이 역설의 완성이다. 그것은 예고된 것이었다. 그의 세계는 이미 끝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그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방식을 유지한다는 것, 품격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이 영화에서 가장 조용한 영웅주의다. 구스타브 H는 자신이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사라지는 방식을 선택한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가장 깊은 층위는 애도다. 이 영화는 웃기고 화려하지만, 그 아래에서 무언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슬픔이 흐른다. 구스타브 H가 대표하는 문명, 그 문명이 꽃피웠던 유럽의 특정한 시간, 그리고 그 시간 안에서 가능했던 특정한 방식의 인간관계. 이것들이 전쟁과 이념과 권력의 변화로 인해 사라진다는 것을 이 영화는 알고 있다. 제로가 늙어 호텔을 혼자 지키는 이유가 영화 후반부에 드러나는 장면은 이 애도의 가장 개인적인 표현이다. 그는 아내 아가타를 잃었다. 그 상실이 너무 커서 그는 그녀를 만난 장소, 그녀와 함께한 공간을 떠날 수 없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더 이상 번성하지 않아도, 그것이 상업적으로 의미가 없어도, 제로는 거기 있다. 사라진 것을 붙잡는 유일한 방법으로 그 장소에 남아있는 것이다. 아가타(시얼샤 로넌 분)는 이 영화에서 가장 짧게 등장하지만 가장 오래 남는 존재다. 그녀의 얼굴에 있는 생일 케이크 모양의 점이 처음에는 웃음의 소재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것이 그녀를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이 된다. 그리고 그녀가 사라진 후, 그 표식은 상실의 표식이 된다. 사라지는 것들은 언제나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우리 안에 새겨진다. 이 영화에서 사라지는 것들은 개인만이 아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자체도 사라진다. 전성기의 화려한 호텔에서 소련식 공산주의 체제 아래의 흐릿한 건물로, 그리고 제로가 혼자 지키는 황폐한 공간으로. 이 변화가 영화 안에서 화면 비율의 변화로 표현된다는 것이 앤더슨의 가장 섬세한 형식적 선택이다. 과거는 정사각형에 가까운 화면 비율로, 더 먼 과거는 더 좁은 비율로 담긴다. 기억이 작아지면서 화면도 작아진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도가 이 영화에서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유는, 그 사라짐이 부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앤더슨은 구스타브의 세계가 사라졌다는 것을 인정한다. 아가타가 사라졌다는 것을, 그 시대가 사라졌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사라진 것들이 이야기로 남는다는 것도 말한다. 제로가 소설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소설가가 그것을 책으로 쓰는 것, 그리고 그 책을 읽는 독자가 있다는 것. 사라지는 것들은 이야기 안에서 계속 존재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이 영화 안에서 영원히 존재하는 것처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보는 내내 즐겁고, 보고 나서 오래 슬픈 영화다. 웨스 앤더슨의 정밀한 미학은 이 영화에서 가장 완성된 형태로 구현되었으며, 랄프 파인즈는 구스타브 H를 통해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사랑받는 연기 중 하나를 남겼다. 화려한 형식 안에 담긴 것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도라는 것을, 이 영화는 마지막까지 직접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호텔이 텅 빈 장면 앞에서 관객은 그 슬픔을 정확하게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