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의 군함도(2017)는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이 출연하며 659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다. 1945년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끌려온 조선인들이 하시마 탄광섬 군함도에서 강제 노역을 당하다 탈출을 감행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베를린과 베테랑에 이어 류승완 필모그래피의 야심작이었지만 전문가 평점 6.22, 관객 평점 5.43이라는 당시 기준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기대와 결과 사이의 간극이 이 영화를 둘러싼 가장 중요한 맥락이다. 그러나 군함도라는 역사적 공간이 왜 영화로 만들어져야 했는가, 그리고 류승완이 이 소재를 통해 무엇을 하려 했는가는 흥행 성적과 별개로 기억될 만하다.

지옥섬이 만들어진 방식
군함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시마라는 실제 공간이 갖는 역사적 무게다. 나가사키 앞바다의 이 작은 섬에 1940년대 조선인 수백 명이 강제 징용되어 해저 탄광에서 노역했다. 이 사실이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강제 징용 역사 은폐와 맞물리면서 국제적 논쟁이 되었다. 영화가 개봉된 2017년은 그 논쟁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지옥섬이 만들어지는 방식이 전반부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담긴다. 돈을 벌 수 있다는 거짓 약속으로 끌려온 사람들이 배에서 내리는 순간 진실을 마주한다. 그 순간의 충격을 각기 다른 처지의 인물들을 통해 보여준다. 악단장 이강옥(황정민 분)은 딸을 지키기 위해, 주먹패 칠성(소지섭 분)은 생존 본능으로, 말년(이정현 분)은 이미 꺾인 채로. 다양한 출발점이 같은 지옥에 수렴하는 방식이 전반부의 핵심이다. 황정민이 담당하는 역할이 가장 인간적인 층위를 만든다. 이강옥은 악단장이라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다. 그 기술이 군함도에서 일본인 관리들의 비위를 맞추는 수단이 되고, 딸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 된다. 황정민은 이 생존의 논리를 비겁함이 아닌 부성으로 담아낸다. 딸 소희(김수안 분)를 향한 그의 눈빛이 이 영화에서 가장 사적인 감정의 자리를 차지한다. 지옥섬이 만들어진 방식에 대한 가장 불편한 통찰은 조선인 부역자들의 존재다. 일본보다 더 잔인하게 동족을 착취하는 조선인 관리가 등장한다. 이 설정이 단순한 반일 영화가 아닌 더 복잡한 역사 영화를 만들려는 시도였지만, 그 설정이 충분히 깊이 탐구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이 영화에 대한 평가를 나누는 지점이 되었다. 가해자의 구조가 단층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지만, 그 다층성을 담기에 132분이 충분하지 않았다. 지옥섬이 만들어진 방식이 완성되는 것은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면서 조선인들을 증거 은폐를 위해 갱도에 가두려는 순간이다. 착취가 학살로 이어지는 이 전환이 탈출의 필연성을 만드는 서사적 조건이다. 지옥섬은 탈출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공간이 된다.
탈출이 가능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군함도의 후반부를 지배하는 것은 탈출 서사다. 류승완 감독이 강제 징용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탈출이라는 허구를 결합했을 때, 그 결합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작동하는가가 이 영화에 대한 평가를 가르는 핵심이다. 탈출 자체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그 허구를 통해 역사를 말하는 것이 가능한가. 송중기가 연기하는 광복군 OSS 요원 박무영이 가장 논쟁적인 캐릭터다. 주요 독립운동가를 구출하라는 임무로 군함도에 잠입하는 그의 존재가 장르 영화의 문법을 가져온다. 스파이 액션과 역사극이 결합하는 방식이 이 영화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동시에 그 결합이 역사적 진지함을 희석시킨다는 비판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소지섭의 칠성이 가장 흥미로운 인물이다. 그는 처음에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움직인다. 그러나 탈출 과정에서 선택이 달라진다. 이 변화가 개인의 생존과 공동체의 생존이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소지섭은 이 변화를 과장 없이 담으면서 칠성을 이 영화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로 만든다. 탈출이 가능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이 영화가 내놓는 답은 연대다. 서로 다른 처지에서 온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탈출이 가능해진다. 강옥의 기지, 칠성의 힘, 무영의 전술, 말년의 헌신. 이 조합이 탈출의 가능 조건이다. 그 조합이 너무 영화적이라는 비판이 정당하지만, 그 영화적 쾌감이 659만 명을 극장으로 이끈 요인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탈출 서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살아남지 못하는 사람들의 존재다. 탈출에 성공하는 것이 이 이야기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류승완은 놓지 않는다. 희생되는 인물들의 무게가 이 영화에서 탈출의 쾌감을 단순한 장르적 승리로 끝나지 않게 만드는 요소다. 살아남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공존하는 결말이 이 영화의 가장 솔직한 역사적 태도다.
류승완이 감당한 것들
군함도를 둘러싼 논쟁이 이 영화 자체의 완성도에 대한 것만은 아니었다. 개봉 당시 스크린 독과점 논란, 역사 왜곡 논란, 그리고 관객 평점 조작 의혹까지. 이 모든 것이 이 영화를 그 시대의 가장 논쟁적인 한국 영화로 만들었다. 류승완 감독이 이 소재를 선택했을 때 감수해야 했던 것들이 결과적으로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류승완이 군함도를 만든 이유를 그는 직접 밝혔다. 군함도가 조선인 강제 징용의 역사를 지운 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 과거가 청산되어야 이성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는 그의 발언이 가장 중요한 의도를 담는다. 영화가 역사학계의 논의를 촉발하고 관객의 관심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만들기 잘했다는 그의 말은 흥행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이 영화의 존재 이유를 놓지 않으려는 태도다. 역사 왜곡 논란이 가장 복잡한 지점이다. 탈출 자체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는 것, 독립운동가 구출 작전이라는 설정이 허구라는 것. 그러나 동시에 강제 징용의 사실 자체는 역사적으로 실재한다. 허구와 사실이 섞인 역사 영화가 어디까지 허용되는가라는 질문은 이 영화만이 아니라 장르 전체에 해당하는 것이다. 류승완이 이 영화에서 감당해야 했던 또 다른 무게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다. 개봉 첫 주 전국 스크린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는 사실이 영화 외적인 논쟁을 만들었다. 배급사의 결정이었지만 영화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이 논란이 이 영화의 내용과 무관하게 이 영화를 보는 시선을 흐렸다는 것이 이 영화를 둘러싼 가장 안타까운 외부 조건이다. 류승완이 감당한 것들이 완성되는 방식은 그의 이후 행보다. 군함도의 실패 이후 류승완은 모가디슈와 밀수로 돌아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역량을 증명했다. 군함도가 그에게 상처였지만 그 상처가 다음 작품들을 만드는 연료가 되었다는 것이 류승완이라는 감독의 가장 중요한 서사다.
군함도는 류승완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품이다. 지옥섬이 만들어진 방식, 탈출이 가능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그리고 류승완이 감당한 것들이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의 앙상블로 구현된다.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정당하지만, 군함도라는 공간이 한국 영화의 스크린에 올라왔다는 사실 자체는 기록될 만하다. 역사를 소환하는 것이 언제나 성공적일 수 없지만, 소환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솔직한 변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