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영 감독의 건국전쟁(2024)은 저예산 독립 다큐멘터리로 개봉해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오른 이례적인 작품이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생애를 조명하는 이 영화는 사진과 영상 자료, 며느리 조혜자 여사를 포함한 주변 인물 및 전문가 인터뷰로 구성된다. 보수 정치인들의 지지와 교회 단체 관람이 더해지며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이 주는 사실성의 인상 뒤에 취사선택된 역사 서술이 있다는 비판과, 그동안 조명되지 않은 이승만의 공적을 다룬다는 긍정적 평가가 동시에 존재하는 영화다. 영화 자체보다 이 영화가 만든 현상이 더 많은 것을 말한다.

이승만이라는 인물을 다시 꺼내는 방식
건국전쟁이 선택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이승만이라는 인물을 어떤 시각으로 제시할 것인가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이승만은 단순하게 규정되지 않는 인물이다. 대한민국 건국을 이끈 초대 대통령이면서, 4·19 혁명으로 물러난 독재자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그 두 가지 중 전자에 집중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선택이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편집 결정이며, 동시에 가장 많은 논쟁을 낳은 지점이다. 이 영화가 이승만을 꺼내는 방식의 핵심은 자료의 선별이다. 1954년 뉴욕 맨해튼 카퍼레이드 장면, 농지개혁의 성과, 한미동맹 체결의 외교적 맥락. 이 자료들이 이승만의 공적을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배치된다. 그 자료들이 실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자료들이 담은 사실들이 진짜라는 것이 이 영화의 설득력의 원천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이승만을 꺼내는 방식이 완전하지 않다는 비판도 정당하다. 발췌와 배치는 관점이다. 같은 인물의 같은 시기를 담더라도 어떤 자료를 고르고 어떤 자료를 버리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인물이 만들어진다. 4·19 혁명, 3·15 부정선거, 반민특위 해산. 이 사건들이 이 영화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는가, 혹은 다루어지지 않는가가 이 영화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갖기 위해 필요한 질문들이다. 이승만이라는 인물을 다시 꺼낸다는 것이 이 영화에서 갖는 문화적 의미가 내용만큼이나 중요하다. 한국 영화와 콘텐츠에서 이승만은 오랫동안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그 공백이 특정 세대에게 불만이었다는 것이 이 영화의 흥행이 보여준 것 중 하나다. 다큐멘터리가 사실이라는 믿음, 그리고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관점을 본다는 감각이 이 영화를 향한 반응을 증폭시켰다. 이승만이라는 인물을 다시 꺼내는 방식이 이 영화에서 완성되는 것은 결말부의 감정적 호소에서다. 하와이에서 노년을 보내다 사망한 이승만의 마지막이 비극적 영웅의 서사로 마무리된다. 이 마무리가 관객들에게 얼마나 깊게 닿았는가는 극장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중장년 관객들의 반응이 말해준다. 역사적 평가와 감정적 경험은 다른 층위에서 작동한다.
다큐멘터리가 선택하는 것들
건국전쟁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 중 하나는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이 관객에게 주는 사실성의 인상이다. 극영화는 허구라는 것을 알고 보지만, 다큐멘터리는 사실이라는 전제 위에서 소비된다. 이 차이가 이 영화가 가진 영향력의 원천이자 그것에 대한 책임의 근거가 된다. 사실을 담은 형식이 특정 방향으로 편집될 때, 그 편집 자체도 하나의 주장이라는 것을 관객이 인식하는가. 다큐멘터리가 선택하는 것들에 대한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인터뷰 대상의 구성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전문가들과 주변 인물들이 어떤 관점을 공유하는가, 그리고 다른 관점을 가진 목소리가 어떻게 배치되었는가. 이 구성이 이 영화가 전달하려는 방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며느리 조혜자 여사의 증언이 가족의 시선으로 이승만을 보는 가장 사적인 층위를 더한다.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로서 기술적으로 선택한 것들도 주목할 만하다.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재연 장면을 포함시킨 것이 그중 하나다. 재연은 다큐멘터리에서 흔한 기법이지만, 동시에 그것이 재구성이라는 것, 즉 누군가의 해석이 개입된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재연 장면들이 이 영화에서 어떤 분위기를 만들고, 관객에게 무엇을 느끼게 하는가가 이 영화의 정서적 설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큐멘터리가 선택하는 것들의 가장 중요한 함의는 이 영화가 역사 교육의 기능을 자임한다는 점이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통해 이승만에 대해 처음으로 체계적인 정보를 접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접촉이 얼마나 균형 잡혀 있는가는 이 영화가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가와 직결된다. 영화가 역사를 다룰 때 갖는 책임이 이 영화에서 가장 첨예하게 제기된다. 다큐멘터리가 선택하는 것들이 이 영화에서 궁극적으로 말하는 것은 모든 다큐멘터리가 하나의 관점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이 영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승만을 비판적으로 다루는 다큐멘터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선택하지 않을 수 없기에 다큐멘터리는 항상 불완전하다. 건국전쟁의 가치와 한계가 모두 여기서 나온다.
이 영화가 만든 현상에 대하여
건국전쟁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아니라 이 영화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저예산 독립 다큐멘터리가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오르고, 교회와 보수 단체가 단체 관람을 조직하며, 현직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추천하는 상황. 이 현상이 이 영화를 둘러싼 맥락의 전부다. 영화가 사회적 현상이 될 때, 그 현상을 읽는 것이 영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방법이 된다. 이 영화가 만든 현상의 가장 중요한 층위는 세대와 관련된 것이다. 50대 이상이 관객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했다는 것은 이 영화가 특정 세대의 역사적 감수성에 닿았다는 것을 말한다. 그 세대에게 이승만은 교과서의 부정적 인물이 아니라 어린 시절 살았던 시대의 대통령이었다. 그 개인적 기억과 이 영화가 제시하는 역사 서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강한 감정적 반응이 일어났다. 정치적 맥락도 이 현상을 이해하는 데 빠질 수 없다. 이 영화는 특정 정치적 진영의 지지를 받으며 확산되었다. 이것이 이 영화의 내용을 무효화하지는 않지만, 이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고 유통되었는가를 말해준다. 역사 다큐멘터리가 현재의 정치적 맥락 안에서 읽힐 때 그 의미가 어떻게 달라지는가가 이 영화에서 가장 복잡한 질문이다. 이 영화가 만든 현상 중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이 영화가 이승만에 대한 대화를 다시 열었다는 점이다. 찬반을 떠나,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 중 하나에 대한 공론장이 다시 형성된 것 자체가 의미 있다. 이 영화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 영화 때문에 이승만에 대해 더 많이 알아보게 되었다면, 그것이 다큐멘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이 영화가 만든 현상에 대하여 가장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이 영화의 후속 효과다. 건국전쟁의 흥행 이후 같은 소재의 영화들이 뒤따랐고, 이승만을 다루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확인되었다. 한국 역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지형이 이 영화 이전과 이후로 나뉠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가 남긴 가장 구체적인 흔적이다.
건국전쟁은 영화이기 이전에 하나의 사건이다. 이승만이라는 인물을 다시 꺼내는 방식, 다큐멘터리가 선택하는 것들, 그리고 이 영화가 만든 현상이 김덕영 감독의 연출로 하나의 작품 안에 모인다. 이 영화에 동의하는가 동의하지 않는가와 무관하게, 저예산 다큐멘터리가 이 정도의 사회적 반향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기록될 만하다. 역사는 현재의 필요에 따라 다시 읽힌다는 것, 그리고 그 읽힘이 얼마나 복잡한 과정인가를 이 영화는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다.